COUNSELING

어머니의 병 때문에 포기한 꿈, 미련이 남아요.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다양한 해외 경험을 통해 자신감과 기대감을 키워가고 있었죠. 그러던 중 어머니께서 희귀병 진단을 받으셨어요. 거동이 불편해지시고, 발음이 어눌해지면서 소통도 어려워지고 계세요. 저는 지금 다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아버지와 동생이 어머니 간병이 어려울 때는 종종 제가 본가에 가야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불효인 것 같아 꿈을 접고,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편찮아지신 후로, 어머니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두려움과 슬픔에 잠긴 적도 있고, 악몽을 꾼 적도 많아요. 그토록 착하고 베풀기만 하셨던 어머니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정말 속상하고 억울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 취업에 대한 미련이 너무나 절절합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꾸 그 꿈을 구체화하고 있어요. 그 꿈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그런 마음이 드는 것조차도 죄책감을 느낍니다. 제가 만약 해외로 나간다면 어머니 케어는 어떻게 하며, 다른 가족에 대한 미안함, 만약 어머니가 잘못되실 경우 후회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으로 이어집니다. 가족들은 이런 상황인 만큼 해외 생활은 미루라는 입장이고요.

국내 취업을 준비한지도 1년이 되어가는데, 그 꿈을 놓지 못해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끄는 것 같기도 해요. 제가 꿈꾸던 해외 생활 브이로그를 볼 때마다 속상해서 눈물이 납니다.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네요. 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 중인 20대 통역사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숩 님. 예상치 못한 가족구성원의 병환으로 복합적인 감정을 겪고 계신 것 같아요.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꿈꾸던 일을 스스로 접으며 좌절감을 느끼셨을테고, 그럼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꿈에 대한 갈망은 죄책감과 혼란스러움을 동시에 가져다주고 있는 듯 합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공감, 소중한 사람의 아픔을 함께하는 것

삶은 참 짓궂은 면이 있어요. 그건 바로, 결코 내가 계획한대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일텐데요. 아마 어머니의 갑작스런 희귀병 진단으로 가족들 모두가 겪고 있는 고민이자 아픔이지 않을까 합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얼마나 염려스럽고 또 두려울까요.

 

특히나 숩 님은 취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단계에 서 있고, 나아가 해외 취업을 오랜 시간 준비해왔기 때문에 더욱 벽에 부딪힌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사연을 통해 그려지는 숩님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사람이면서도 타인에 대해 마음 쓰고 공감하며 책임감도 상당한 분이신 것 같습니다. 공감능력이 높을수록 이렇게 관계가 엮여 있는 문제는 어려울 수밖에 없지요. 그렇기에 이 상황이 더욱 괴롭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일테고요. 너무나 이해가 되고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단순히 숩 님 자신의 상황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입장과, 가족의 입장을 모두 헤아려 보며 더욱 괴로워하고 계시지 않나 추측해 보는데요. 

 

그러니까 숩님은 진로에 대해 갈등하고 있는 자신이면서, 희귀병을 경험하고 있는 어머니이자, 아픈 아내를 돌보는 아버지 혹은 동생이나 오빠이기도 한 것입니다. 때문에 감정적 소진도 높고, 어쩌면 몸이 아픈 느낌까지 들지도 모르겠어요. 이러한 내적 과정을 경험하면서 더더욱 나 혼자만을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니 현재의 괴로움과 갈등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많이 괴로우시겠지만, 한 편으로는 그 고민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인간적인 고민과 아픔일테니까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열어두세요

특정한 길을 선택했을 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또 후회하는 상황이 생길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언제나 두려움으로 다가오지요.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숩님이 주체적으로 고심 끝에 결정했다면, 그것은 곧 숩님 삶에서 정답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마주하게 될 감정들을 충분히 감당하고 소화하는 것이 큰 과제가 되겠지요.

그러니 충분히 고민하시되, 과감하게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너무 단순하게 ‘해외를 나간다 / 안 나간다’로만 나누지 마시고, 여러 가지 옵션을 열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에서 취업 후 경력을 쌓아서 나중에 해외를 나갈 수도 있고, 해외에 나가서 1년만 경험해 보고 돌아올 수도 있겠지요. 혹은 해외 파견 기회가 있는 국내 회사를 들어가서 단기간이나마 해외 파견근무를 하는 것으로 타협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느 쪽이든 처음에는 백 퍼센트로 만족하며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선택에 대한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생각지 못했던 기회가 열릴 수도 있고, 지금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생길 수도 있어요. 후회할까봐 두렵다고요? 후회해도 괜찮습니다. 후회를 잘 겪어내는 것 또한 다음 단계를 위한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 테니까요.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

숩 님이 경험하고 있는 괴로운 감정 중 큰 부분이 무기력감과 우울감으로 보입니다. 이는 내면의 욕구(해외생활에 대한 갈망)와 현재의 상황, 그리고 가족 의견과의 충돌에서 나타나는 것일텐데요. 어느 입장도 내려놓을 수 없을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라는 생각과 무력한 느낌이 들 거에요.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졌을 수 있고요.


잘 아시겠지만,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은 없습니다. 어쩌면 어떤 선택은 필연적으로 가족들을 실망시키겠지요. 가족 구성원 각각의 욕구는 다 다르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가족의 뜻에 따르는 것 또한 나 자신을 실망시키는 일이 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의 자발적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가 아프니 어쩔 수 없어’, ‘가족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어’ 하면서 타의에 이끌려 결정한 후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가족을 원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어요.

 

가족들의 의견을 수용하되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가족들에게 충분히 의견을 공유하세요. 내가 내 삶을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이 들 때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덜해집니다. 그러니 타인이나 상황에 이끌려 수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가족들 또한 숩님이 우울해하거나 아프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내 삶을 충분히 책임지고 있다는 느낌, 이러저러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내 세계를 꾸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무기력감은 자연스레 사라질 겁니다.

 

취업을 준비하며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고, 필요할 땐 어머니를 케어하는 것이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숩 님은 그걸 하고 계시죠. 지금 충분히 자신과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계세요. 그런 자신을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 또한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걸어가게 될 모든 길을 응원합니다.

 

한 발짝 떨어진 시선에서 격려해주기

선택이 주저될 때는 다른 이의 시선에서 내 삶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짝 떨어져서 볼 때 상황을 더 잘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서 조금 떨어진 시선, 그렇지만 가장 내 삶을 응원하는 따뜻한 시선을 찾아보세요. 어머니일 수도 있고, 할머니나 연인일 수도 있겠지요. 꼭 실존인물일 필요는 없습니다. 나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상상하며 글로 써보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현명하게 또 용기있게 선택하는 것을 도와줄 거예요.

 

“OO야, 나는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할거야.”
“OO야, 나는 네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않는 길을 갔으면 좋겠어.”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미루 실수나 실패를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20대 여성

친한 친구와의 모임에서 불편한 분위기를 느껴요

해피미니 친구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20대 남성

시니어 직급인데, 새로운 일을 맡으면 도망치고 싶어요

이른 번아웃을 느끼는 30대 디자이너

어머니의 병 때문에 포기한 꿈, 미련이 남아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 중인 20대 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