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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선 넘는 말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요즘 일하면서 원장님을 보면 화와 짜증이 나요. 원장님은 말을 반복해요. 예를 들어, 제가 독서 모임에 나간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자꾸 있지도 않은 “남자 만났냐”를 약간 과장해서 한 백 번은 넘게 말했고, 조사하면 나온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최근에 화를 냈어요. 그리고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해요. 저한테는 환자한테 이렇게 말해라 한지 3초 뒤에 바로 다르게 환자한테 말한다든지, 실장이 당일에 말없이 안 나온 적이 있는데 당일에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고 인상 쓰더니 다음날 둘이 시시덕거리면서 들어오는 등 신경을 쓰지 말아야지 하는데 자꾸 거슬려요.
예전에도 여러 직장을 다니면서 비슷한 경험들은 많았어요. 그때는 제가 표현을 못 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이직을 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좀 표현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오래 직장 생활하려면 내색을 안 하고 저를 위해서도 스트레스 관리를 해야 하는데, 힘드네요.
con 병원 간호조무사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Con 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이번 사연은 읽으며 ‘아 정말 그런 상사 있지. 정말 너무 싫겠다. 그게 원인인 것 같은데,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와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인즉슨, ‘Con 님이 화와 짜증이 나는 것이 심리학적인 내용을 담아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너무 당연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오래 직장 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초점을 더욱 맞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감정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건강한 사람이 있을까?

con 님은 반복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 속에서 지쳐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생활을 과하게 캐묻거나 선을 넘는 농담을 듣고, 설명 없이 지시가 번복되거나 가볍게 무시당하는 경험은 누구나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끼게 하지요. 특히 하나의 독립된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할 때, 마음은 점점 방어적으로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의 말투나 표정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화나 짜증, 억울함이 쉽게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랍니다.

또한 간호조무사라는 직업 특성상, 작은 실수에도 긴장하게 되고, 주변의 평가와 반응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점도 영향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기 어려운 조직 분위기를 만나면 더 큰 스트레스가 되겠지요. 그러나 다행히 con 님은 ‘내가 일을 잘 못하고 있어’와 같은 불안보다는, 원장과의 관계나 병원 분위기 자체에서 더 큰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 보입니다. 이는 업무 능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관계 안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경험과 더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불편하거나 부당하다는 느낌을 표현하지 못할 때

지금 경험하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관계 내 힘의 불균형 속에서 지속적으로 긴장해 온 결과일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과 같이 위계가 분명한 환경에서는 원장이 모든 결정권과 권한을 가지게 되고,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눈치를 보며 흐름에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명백하게 불편하거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있더라도 쉽게 표현하기 어려워지고, ‘괜히 문제를 만들면 안 된다.’, ‘내가 참는 게 낫다’는 방식으로 감정을 억누르게 되지요. 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축적됩니다. 억울함과 무력감뿐 아니라 짜증이나 화 등으로 표현될 수 있지요. 생존하기 위해 느끼는 감정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직장 스트레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은 대부분 ‘관계’입니다. 업무적인 부분은 스스로 발전시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관계적인 영역은 내 통제 밖의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특히 상대의 기분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고, 긴장하며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에서는 몸과 마음이 늘 경계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관계 내 지속적인 긴장 상태가 유지되면, 우리 몸과 마음은 ‘정서적 위축’과 ‘과각성’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표현은 줄고 위축감이 늘어나는 동시에, 상대의 기분과 반응을 면밀히 살피느라 늘 경계 태세를 유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심리적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게 되겠지요.


 

반복되는 직장 내 긴장은 점차 확장되어 간다

con 님은 불편한 상황에서 갈등을 바로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참고 감당해 온 패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전 직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었다면, 점차 관계 속 위험 신호에 민감해졌을 수 있지요. 특히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내적으로 감당하며 삼키는 방식이 오래 지속되면 작은 단서에도 예민해지고 쉽게 짜증이나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정서적 반응으로 나타나지만, 현재의 상태가 지속되면 공황 증상과 같은 신체적 반응으로도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긴장과 위축이 직장 안에서만 나타나는지, 아니면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타인의 평가에 전반적으로 민감하거나, 싫고 불편한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양상이 지속된다면, 심리 상담을 통해 감정과 관계 방식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착한 직원 말고 건강한 직원 되기

위계적인 조직에서는 상대의 기분을 계속 살피며 좋은 직원이 되려고 애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기분 변화나 작은 말까지 모두 살피려고 하면 마음은 늘 긴장 상태에 머물게 되지요. 특히 감정 기복이 크거나 말이 자주 바뀌는, 무례한 상사일수록 예측 불가능함 속에서 더 소진되기 쉽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심리적 거리두기’입니다. 상사의 말과 태도를 con 님의 개인적인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사의 몫(원장의 의사소통 방식은 저렇게 비일관적이군. 자기 삶에 재미가 얼마나 없으면 자꾸 내 사생활을 캐물을까)으로 두며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일종의 경계를 세우는 과정이지요.

조금 더 날 것으로 표현해 볼게요. 중요한 것은 낚이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겁니다. 아마도 원장 같은 사람들은 상대의 반응을 보며 더 재밌어할 가능성이 큽니다. 원장이 선 넘는 농담을 할 때 감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선을 긋고, 사생활을 캐물을 때면 일 관련된 이야기로 화제 돌리거나 못 들은 척 화장실에 다녀오세요. 재미없는 반응을 하면 상대도 전략을 바꿀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강강약약’이라 생각해요. 무례하고 강하게 나오는 이에게, 예의 있고 우아하며 강하게 대응하자고요.


 

눈치보다 중요한 건 ‘내 기준’

감정적으로 휘둘리는 관계 안에서는 상대의 말과 반응이 곧 자신의 가치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특히 상사의 기분이나 태도 변화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환경에서는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며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고 검열하게 되지요. 점차 나의 가치와 안정감을 스스로에게서 도출하기보다, 타인의 반응과 평가에 의존하게 되는 ‘외부 기준 중심의 자기평가’로 마음의 경향이 옮겨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의 중심이 점점 바깥으로 향하게 되고, 상대의 말 한마디에 쉽게 흔들릴 수 있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기준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입니다. 원장의 기분이나 태도에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나는 예의를 지키고 있는가’, ‘내 역할과 책임을 충분히 다하고 있는가’에 집중해 보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심리적 거리두기에서 더 나아가, 내 기준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나는 간호조무사로서 나의 일을 한다!’ 예의 없고 미성숙한 상대방에게 맞추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기준 안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힘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기 주장하기

무례하거나 감정 기복이 큰 상사를 상대하다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방식 사이를 오가게 됩니다. 하나는 끝까지 참고 삼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감정이 쌓이다가 결국 폭발해 버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건강한 의사소통이란 ‘참거나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경계와 감정을 분명히 전달하는 방식을, ‘자기주장적 의사소통’이라고 말합니다. 위계가 강할수록 이러한 소통 방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은 표현부터 연습해 본다면 심리적 위축감 및 억압된 느낌이 줄어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상사의 말이 자꾸 바뀌어 혼란스러울 때는, “제가 이렇게 이해한 방향이 맞을까요?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습니다.” 처럼 사실 확인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또 무미건조하게 반응하거나 선을 그었는데도 계속 무례한 농담이나 불편한 질문을 한다면, “원장님 잠시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하고 병원 문밖으로 상대를 불러보세요. 그리고는 “저는 이런 말들이 불편해요.”, “회사에서는 사적인 이야기 말고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와 같이 담백하게 전달해보면 어떨까요. 상대방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이 아니라, 내 페이스로 상대를 부르는 것입니다. 내 감정을 눌러두지 않는 경험만으로 ‘나는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감각이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건강한 표현은 갈등을 만드는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어요.

상담실에서 con 님과 같은 상황에 부닥친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제가 제시한 해결책들을 실제로 적용해 보기 어려운 분위기인 경우가 생각보다 더 많은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그러나 저는 힘의 중심이 나에게로 옮겨오는 과정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생기고, 이는 결국 무력감에서 벗어나 용기를 내게 해준다고도 믿어요.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무례한 직장 상사와의 갈등 속에서, 나는?

  • ‘내가 예민한 건가?’하며 자기 검열을 한다.
  • 기분은 나쁘지만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웃으며 넘긴다.
  • 억울함이 쌓이다가 화나 눈물로 터진다.
  • 상대에게 동일하게 무례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 속으로 참다가 퇴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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