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인생 권태기가 와버렸다!” 일상에 무뎌지고, 무엇을 해도 감흥이 없을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거창한 변화보다, ‘잠시 멈춰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평소 트렌드 디깅을 많이 하는 매거진 기자들은 삶이 권태로울 때,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볼까요? 매거진 <빅이슈코리아>의 황소연 선임기자, 김윤지 기자가 추천하는 인생 권태기에 방문하면 좋을 공간과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김윤지 기자의 인생 권태기 타파 4선
1. 드라마: '나기의 휴식'
바쁜 일상에 인생 권태기인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일 터.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 생각보다 중요한 건 타인의 기분. 남의 눈치를 보느라 싫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늘 ‘YES’만 외치다 과호흡이 온 나기(쿠로키 하루)의 휴식기를 다룬 작품은 휴식은 멈춤이 아닌 또 다른 시작점임을 일깨워준다. 나와의 시간을 보내며 점차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나기와 함께 방구석 휴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2. 유튜브: 민음사TV ‘세문전 독서클럽’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문득 내가 사는 세상이 좁아 보일 때. 다른 사람의 세상은 어떤지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면 ‘세문전 독서클럽’ 시리즈를 재생하곤 한다. 책 소개와 함께 ‘나는 자의식과잉인가 결여인가’, ‘내가 가장 불안한 순간은?’처럼 누구나 공감할 법한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치는데, 각자 다른 유형의 네 사람이 등장해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기엔 제격이다.
3. 공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어딜 가나 북적이는 서울을 벗어나 온전한 쉼이 필요할 때면 찾게 되는 곳. 서울에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지만 한적함이 느껴지는 이곳은 야외 조각 공원과 함께 조성되어 미술관 감상과 피크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언덕 위에 자리잡은 미술관, 그 앞으로 흐르는 계곡, 잔디밭 사이사이에 자리한 조각을 품은 자연에서의 휴식은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4. 공간: 카페 연필
삶이 권태로워질 때면 쓸데없는 고민이나 상념이 늘어나기 마련. 머릿속을 떠도는 고민을 직접 글로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럴 때면 찾게 되는 카페 연필. 주문서부터 직접 연필로 작성해야 하는 이곳의 아날로그 감성은 끄적이는 즐거움을 더해 줄 테다. 묵직한 재즈와 달콤한 보늬밤 페어링은 덤.
황소연 선임 기자의 인생 권태기 타파 4선
1. 드라마: 반주의 방식
퇴근 후 가장 맛있는 한 잔을 위해 주인공 ‘이자와 미유키’는 오늘도 땀 흘려 일한다. 출근 전 술잔을 냉장고에 넣고, 귀갓길에 고심하며 저녁거리를 사고, 행복하게 요리하고 먹는 미유키를 보면서 평범한 일상과 루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제, 권태를 끝낼 시간이다.
2. 공간: 도프 레코드
내 앞에 놓인 선택의 순간들이 어렵게만 느껴질 때, 오히려 선택지로 가득한 바이닐숍에 간다. 커다랗고 네모난 표지 속 아트워크가 내뿜는 심상, 거기에 반영된 시대상과 아티스트의 개성을 관찰하는 게 좋다. 바이닐과 카세트테이프 뿐 아니라 음악 관련 굿즈들도 판매한다.
3. 도서: 무라카미 하루키 「1973년의 핀볼」(1997, 열림원)
어떻게 살아야 맞을까 싶을 때 1997년에 나온 노란 표지의 <1973년의 핀볼>을 편다. 이런저런 상실을 겪으며 우리는 종종 끝나지 않을 듯한 고독을 느낀다. 그러다 허무를 직면하면, 나도 모르게 용기가 솟아나기도 한다. 헌책방에서 만난 이 책의 페이지가 오랫동안 곁에 남기를 바란다.
4. 도서: 사토 다쿠 (2018, 안그라픽스 펴냄)
55년생 그래픽 디자이너의 통찰은 나 자신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나와 세상의 톱니바퀴를 어떻게 맞춰 나갈 것인지를 묻는다. 디자인에서 출발해 인생과 인간에 대한 생각, 타인과 관계 맺는 법에 대한 아이디어, 무엇보다 삶을 능동적으로 성찰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