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질 무(撫)’, ‘과수(果樹, 열매 맺는 나무)’. 무과수 작가는 재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는 다짐을 이름에 새겼습니다. 꾸준하지 못해서 고민인 독자에게는 매일 하는 것만이 꾸준함이 아니라는 위로를, 청년 독자들에게는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즐거운 몰입을 경험하라는 조언을 건넵니다. 치열했던 시기를 지나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고 있는 무과수 작가의 마음 성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올해 「여행의 감각」을 출간하셨어요. 상반기 바쁜 시기를 보내셨을 것 같은데, 요즘의 근황은 어떠신가요?
출간하고 여러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보통 북 토크를 많이 하는데, 여행 에세이인 만큼 일방향 행사보다는 독자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하고 싶었어요. 책에 베를린 마켓에서 커리 부어스트 먹은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그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 집 앞 단골 호프집에서 팝업을 진행했어요. 여행지에서 일요일마다 다니던 마켓을 떠올리며, 좋아하는 카페에서 마켓을 열기도 했고요. 여행의 감각을 공유하기 위한 행사를 하다 보니, 시칠리아로 함께 떠나는 여행도 준비 중이에요.
큰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나면, 작가님은 스스로에게 어떤 방식으로 쉼을 주나요?
‘쉼’이 참 어려워요. 저도 일 중독으로 살다가 몸이 아프면서 멈춤의 시간을 갖게 됐거든요.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한 시간이 좋았고 소중하지만, 그게 너무 압축적이었어요. 번아웃이 일찍 온 거죠. 저는 제가 잘 노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게 휴가가 잠깐 주어졌을 때 잘 놀았던 거지, 통으로 시간이 주어지니까 당황스럽더라고요.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고,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에 죄책감도 느꼈어요. 휴양지를 가면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정말 아무 계획이 없어요. 그저 햇볕 아래 누워 있는 게 다예요. 우리는 뭘 해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여행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런 것보다는 그저 어떤 순간에 몰입하고 그걸 누리는 연습을 하면 좋겠어요. 명상해라, 운동해라 이런 말보다는 그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쉬는 거라고, 쉼 없이 움직이던 몸과 마음을 잠깐 멈출 수 있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작가님은 여행이나 일상의 기록을 엮어서 출간하시잖아요. 평상시에 기록을 놓치지 않기 위한 루틴이 있나요?
루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 생각보다 꾸준히 뭔가 하지 않아요(웃음). 하고 싶을 걸 하고 싶을 때 할 뿐이고, 그게 매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우리는 매일하지 않으면 꾸준하다고 쳐주지 않는 것 같아요. 강연에서 만난 분이, 1월만 적고 안 쓴 다이어리가 몇 년째 쌓여간다면서 한숨을 쉬시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1년에 한 번씩 하는 것도 꾸준한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저도 3월까지만 열심히 쓰고 4월부터 비어 있는 다이어리 있어요. 그리고, 그 일을 정말 하고 싶은 건지도 생각해보세요. 꾸준히 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즐겁지 않다는 거 아닐까요? 너무 재미있으면 누가 말려도 계속하잖아요.
작가님의 취향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작가님이 주로 눈길이 가는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물건을 고를 때 눈길이 가고 손이 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게 취향인데, 저는 빈티지 물건에 눈길이 가요. 빈티지라는 게 그 세월을 견뎌서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선택받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쓰임이 이미 증명된 물건이죠. 누군가의 눈에도 이게 좋았던 거고, 오래도록 망가지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니까 그 가치를 산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지금 제 곁의 물건들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쓰고 싶은 것들이에요.
퇴사하고 지금처럼 마음을 편하게 먹기까지 어떤 시간들을 보냈나요?
퇴사를 할 때 다음이 준비된 상태는 아니었어요. 분명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도 있는 거잖아요. 당장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던 일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막연히 하고 싶고, 근데 그걸 아직은 찾지 못했고. 제 또래들은 지금 한창 쌓아 올린 커리어로 승진하는 시기란 말이에요. 누군가는 바보 같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고, 제가 다시 돌아가서 똑같은 에너지로 평생 일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못할 것 같았어요. 직장인이면 정년이 있으니, 언젠가는 퇴사하잖아요. 저는 남들보다 퇴직 후의 삶에 대한 고민을 일찍 시작했다고 생각해요. 프리랜서와 사업자 사이의 지점에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의 성과나 무언가를 이루는 건 조금 늦어지겠지만, 지금의 속도가 내게 맞는지 탐구하는 시간을 보내서 좋아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기회가 될 때마다 경험을 공유하고 있어요.
작가님도 내가 잘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순간이 있나요? 그럴 때 다시 자신의 방향을 믿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안녕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그걸 정말 하고 싶은지, 즐거워하고 있는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 직무 구분 없이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하던 때에는 마케터와 에디터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거든요. 지금은 또 여행 가이드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제 모든 선택은 잘 사는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다 연결되는 일들이죠.
20대를 돌아봤을 때,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회사를 다니던 시기에 가장 많이 성장했어요. 특히, 주체적으로 일을 만들어서 할 때요. 살면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몰입의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성장 속도를 크게 좌우하거든요. 재미있으니까 능동적으로 일했고, 방전될 정도로 몰두한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내려놓게 된 것이 있나요? 반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중요해진 것은요?
‘몸이 아플 정도로 갈아 넣지 말자’는 거요. 한때는 저도 결과물을 내고 싶어서 안달복달했어요. 그 시간들이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만, 몸이 아프고 나니 ‘그러지 않아도 괜찮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대에는 넘치는 의욕에 몸을 혹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일하다 보면 흐름이 끊기는 게 싫을 때가 있어요. 그러다 끼니를 거르기도 하죠.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도 직장생활을 하면 안 받을 수 없으니, 그걸 술로 풀기도 하고요. 그러다 몸이 엉망이 되거든요. 좋은 에너지를 지닌 분들을 보면 자신을 잘 챙길 줄 알아요. 그리고 그 에너지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결국에는 성과로도 연결되는 거에요. 몸을 해치지 않는 선까지, 즐겁게 사는 게 제가 생각하는 삶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속도나 삶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잖아요. 작가님은 다른 사람의 삶보다 ‘내가 원하는 삶’에 집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20대에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가 실패와 좌절이잖아요. 근데 그 실패와 좌절에서 매력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한 번도 좌절한 적 없는, 원하는대로 다 이뤄진 사람의 서사가 궁금할까요? 유퀴즈만 봐도, 삶에 변곡점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잖아요. 지금의 실패와 좌절이 내 인생에 서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막연하게 밀려오는 파도를 뛰어 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면서 깨지면서 힘이 생길 거예요.
작가 님을 성장하게 만든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필름 카메라를 가져왔어요. 책에 실린 사진들도 필름으로 촬영한 것들이에요. 출간 기념해서 사진전도 했었고, 여행을 함께한 아이템이라 의미가 있어요. 성능 좋은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나오지만 결과물을 제일 많이 들여다보는 건 필름 사진이더라고요. 속도가 느린 것도 제 라이프스타일에 맞고요. 필름 값이 갈수록 비싸지고, 사진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지만,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느껴져요. 반듯한 결과물은 세상에 너무 많으니까, 저는 좀 미흡해도 순간이 담긴 것들에 마음이 가요.
‘무과수’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도 꽤 시간이 지났어요. 처음 이 정체성을 만들 때와 지금의 무과수는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름대로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처음 필명을 정했을 때는 ‘무과수(撫果樹)’가 다짐이었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제가 가진 재능으로 위로해 주고 싶다는 다짐이요. 그렇게 이름을 짓고 나니 정말 그렇게 살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고 저도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무언가를 선택할 때도, 사람들에게 이게 도움이 될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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