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실패가 당연한 실험실 - 플레이라이프

이지현

널 위한 문화예술 COO

나의 삶은 실패가 당연한 실험실

널 위한 문화예술 COO 이지현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일 #실패 #실험

더 많이 성공한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성공의 횟수가 아닌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 있습니다. ‘실패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문화기획자 이지현 님은 실패에 무너지지 않고, 그것을 경험으로 삼는 강인함을 무기로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와 연대하면서
확신과 버틸 힘을 얻었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어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회화를 부전공했어요. 공부하다 보니 예술가는 타고나는 게 크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꼭 예술가가 되지 않더라도 이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공부를 더 해봐야겠다는 결심으로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어요. 지금은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COO로 일하고 있습니다.

 

친구와 연대해서 어려움을 극복했죠

회화를 부전공한 것이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큰 도전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취업에 대한 나만의 돌파구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거든요. 사실 대학원 시절에는 힘든 적도 있었어요. 경영학을 같이 전공한 친구들이 하나둘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사원증을 SNS에 공유하는 걸 볼 때 ‘내가 너무 느리게 가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학생이고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있었죠.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를 만들었어요. 대학원 동기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도 하고, 같이 전시 기획을 하기도 했어요.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와 연대하다 보니 조금씩 마음에 안정감이 찾아왔고, 미래에 대한 확신과 버틸 힘을 얻었어요.

l 외부 강연 중인 모습

“위로의 말보다
문제 해결 노하우를 듣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어요.”

일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 목표예요

저는 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옹호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일’로 규정하고 있어요. 회사 일만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일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삶이 곧 일이 되다 보니, 일에서 받은 영향이 따로 분리되지 않고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면도 있어요.

일에 대한 책임이 크다거나, 해낼 과제가 많다거나 하는 건 사실 힘들지 않아요. 가끔 팀원들이 일에 대한 의욕을 잃을 때가 힘들죠. 함께 정한 목표를 향해 가야 하는데 동기부여를 어떻게 해 줘야 할지,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온도를 만들어내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일에 대한 고민이 들 때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일에 대한 고민이 들 때는 비슷한 길을 먼저 걸어간 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스스로 모임을 만들기도 해요. ‘잡부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저처럼 조직 안에서 체계를 만드는 오퍼레이팅 일을 하는 사람들을 모집한 적이 있어요. 비영리 단체나 공간 사업 같은 다양한 분야의 COO들을 만나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였거든요. ‘잘할 수 있다’는 위로보다 실제로 문제를 극복했던 사람들의 노하우를 듣는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어요.

“모두에게서 장점을 하나씩 발견하고,
그걸 어떻게 내 삶으로 가져올지 고민해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요

대화할 때는 상대방의 의도나 감정을 유추하지 않고 최대한 건조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해요.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고, 누군가는 더 직설적으로 말하기도 하니까요. ‘저 사람은 나한테 불만이 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두에게 그런 화법이라면 잘못 생각했던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직선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요.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솔직함을 무기로 삼아요.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는 눈덩이가 되더라고요. 오해가 생기면 먼저 이야기를 꺼내서 터놓고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동료들의 장점을 배우며 성장해요

주변 동료들로부터 일 잘하는 방법을 많이 배워요. 팀원 모두에게서 장점을 하나씩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내 삶으로 가져올지 고민해요. 명확한 근거를 들면서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팀원이 있다면 나도 다음에는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회사 밖에서도 배울 수 있는 동료가 많잖아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의 장점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거기에서 성장의 동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l 이지현님의 개인 소장품, 최기장 작가의 '럭키드로잉: 장미빛,'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어요.”

실패를 발판 삼아 목표에 접근하려고 해요

제 일이 크고 작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보니, 실패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어요. 실패가 목적은 아니지만, 그것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패를 발견하려 해요. 그래서 한 번에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차근차근 접근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첫 번째 시도에서 실패하고, 그 경험을 다음 계획에 적용하면 훨씬 더 빠르게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거든요.

 

가끔은 나만 생각해도 괜찮아요

실패를 이겨내는 면역이 없는 분에게 솔직한 조언을 드리자면,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실패 후에 조직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개인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거든요. 이 실패를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까에 집중하면 실패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지 않을까요.

“실패가 두려울 때는
예술을 하는 창작자의 고민을 상상하며
해낼 수 있겠다는 힘을 얻어요.”

제 삶을 실험실로 삼고 싶어요

실험실은 뭔가 터지거나 깨지기도 하고 실패가 당연한 공간이잖아요. 삶을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선택이 잘못돼도 빨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린(Lean) 하게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처럼 삶을 운영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패가 두렵고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예술을 하는 창작자를 떠올려요. 창작자는 정해진 마감 없이 스스로 일을 끌어나가야 하잖아요. 개인전이나 작업을 완성하기까지의 고민과 과정을 상상하면 나도 결국에는 해낼 수 있겠다는 힘을 얻을 수 있더라고요.

 

예술의 가치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예술에는 ‘다양성’과 ‘모호함’이라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처럼 제 삶에도 뻔하지 않은 다양한 일들이 펼쳐졌으면 좋겠어요. 저는 모호함이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10년 뒤에 뭘 하고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누군가에게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실패를 겪으면 목표가 멀어졌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기도 하지요. 순간의 목표보다는 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면,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실패는 다시 한 번 하라는 거예요

“실패가 무슨 뜻인지 아니?”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야무지게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이들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사탕을 깨는 데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지막 사탕이 깨지자, 화면에 ‘Level Completed’란 문구가 떴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나는 그 모습이 기특해서 박수를 쳤다. 한 아이가 물었다. “이건 성공했다는 뜻이야?” “응, 이제 다음 판에 가도 된다는 거야.”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휴대전화로 그 게임을 다운로드했다. 그리고 자그마치 석 달 동안 나는 무수한 실패를 겪어야만 했다. 그때마다 아이의 말을 떠올렸다. “다시 한 판 하라는 거예요.” 다시 한 판을 할 수 있는 한, 실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도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