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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형과의 비교가 버거워요

형이 미워요.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게 싫은데, 자꾸 그렇게 돼요. 세 살 위 형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형은 다 잘했어요. 공부도, 운동도, 선생님한테 칭찬도 늘 형 차지였어요. 저는 기억도 잘 안 나는 어릴 때부터 "형 반만 닮아라", "형은 이럴 때 이렇게 했는데"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어요. 처음엔 그냥 그런 줄만 알았어요. 어른들이 원래 그런 말을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크면서 그게 상처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중학교 때 미술을 정말 좋아했어요. 혼자 스케치북을 채울 만큼요. 예고에 가고 싶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돌아온 말이 "형은 일반고 나와서 좋은 대학 갔는데, 너는 왜 굳이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니?"였어요. 결국 포기했고, 지금도 그 순간이 종종 떠올라요. 다른 길을 걸었다면 어땠을까 하고요.
형은 지금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고, 저는 취업 준비 중이에요.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면 대화의 절반이 형 얘기예요. 형 회사가 어떻고, 연봉이 얼마나 올랐고, 요즘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저는 딱히 할말이 없어서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어요.
제일 혼란스러운 건, 형이 저한테 잘한다는 거예요. 밥도 사주고, 용돈도 챙겨주고, 취업 걱정도 같이 해줘요. 근데 형 번호가 뜨면 왠지 전화를 받기 싫고, 형이 잘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축하하면서도 속이 시끄러워져요. 형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요. 형이랑 비교당하면서 쌓인 게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는 알고요. 근데 그걸 안다고 해서 감정이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어요.
감자 20대 취업 준비생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감자 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지요. 가족을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면 좋을 텐데, 실상은 가족으로 인해 도리어 마음이 어려운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언젠가 한 일본 영화감독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서 박수를 친 적이 있어요. “가족은 누가 보지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그 이후로 종종 저에게, 그리고 저와 만나는 내담자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곤 하는데요. 미움, 혼란스러움, 무가치함, 이런 감정들을 느끼고 계실 감자 님을 크게 안아드리며 이 글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비교 속에서 탄탄히 만들어진 핵심 신념, ‘나는 부족해, 나는 무능해’

어린 시절부터 반복적으로 형과 비교하는 경험을 하면, 순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형은 잘하는데 너는 왜 그러니?”, “형 반만 닮아라”와 같은 말을 들으며 자라면, 우리는 누구라도 나의 행동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평가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늘 부족한 사람’, ‘나는 잘해도 인정받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핵심 신념(core belief)이 자리 잡게 될 수 있지요. 반대로 형은 자연스럽게 ‘완벽한 사람’, ‘부모가 원하는 기준’이 되면서, 비교의 대상이자 열등감을 자극하는 존재로 남게 될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핵심 신념이 이후 삶에서도 자동으로 활성화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누군가와 비교되는 상황, 평가받는 환경, 가족 모임처럼 과거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에서 어린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이지요. 실제로 충분히 잘하고 있음에도,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나는 부족해’, ‘나는 결국 인정받지 못할 거야’라는 오랜 믿음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반복된 비교 경험 속에서 열등감 없이 높은 자존감을 지켜온 사람은 분명히 없을 겁니다.


 

나 자체로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았다면 괜찮았을까?

우리는 어린 시절 가깝고 친밀한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 안에서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가’를 배워 갑니다. 특히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충분히 공감해 주고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아이는 ‘나는 존재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안정감을 형성하게 되지요. 하지만 비교나 성취 중심의 양육 환경에서는 사랑과 인정이 조건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즉, 잘해야 칭찬받고 기대에 부응해야 관심받는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존재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 아닌 ‘있는 그대로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감각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타인의 평가, 인정, 관계의 상태와 같은 외부 요인에 자기 가치가 달린 자존감 형태를 조건적 자기 존중감(contingent self-esteem)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반응을 통해 ‘존재’가 검증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형이 성취를 인정받는 모습을 볼 때, 부러운 감정을 넘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할까?’, ‘나는 인정받을 수 없어’와 같은 결핍감이 함께 느껴지는 것이지요. 슬프지만, 아이는 부모에게 상처받더라도 동시에 그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존재입니다. 어쩌면 생존의 방식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서운함과 속상함이 있으면서도 더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형을 향한 미운 마음도 가로막혀 충분히 미워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형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억압이 미움을 더 커지게 만든다

감자 님은 형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늘 비교의 대상이 되어 밉고 힘들었지만, 동시에 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느껴집니다. 그래서 마음속에서 미움, 질투, 서운함이 올라올 때마다 ‘이런 감정을 가지면 안 되는데, 형은 잘못한 게 없는데 내가 이상한 거야’라며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 안에서 갈등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던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 자체를 검열하며 살아가게 되지요.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억압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라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억눌린 감정은 마음속에서 축적되어 더 큰 분노, 좌절로 이어질 수 있지요. 정서중심치료(EFT)에서는 이를 ‘이차 정서(secondary emotion)’의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실제 깊은 마음속에는 인정받지 못한 ‘슬픔’, ‘무가치감’과 같은 일차 정서(primary emotion)가 존재하는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움’이나 ‘죄책감’, ‘자기 비난’과 같은 이차 정서가 그 위를 덮어버린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형을 좋아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지만, 동시에 비교 속에서 상처받고 미운 마음 역시 함께 존재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가족의 평가와 ‘나의 가치’를 분리해 나가기

어린 시절부터 반복된 비교와 무시의 경험 속에서 자존감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애착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가족 내에서 비교를 경험했다면 ‘나는 부족한 사람. 나는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각인되지요.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가 예민한 건가? 부끄러운 일이다. 왜 아직도 이런 감정을 느끼지?’와 같이 스스로 몰아붙이거나 자신의 감정을 축소하지 않고, 상처받아 온 과거의 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과정입니다. ‘그때의 나는 정말 인정받고 싶었겠구나. 늘 비교 당하며 속상했겠구나’라며 자기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손상된 자존감을 회복하는 좋은 시작이 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감정이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와 연결되어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형의 성취를 볼 때마다 자동으로 ‘나는 부족하지. 나는 실패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지요. 가족의 평가나 비교의 기준은 감자 님의 가치를 절대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감자 님을 판단하는 부모나 친척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의 가치’를 조금씩 분리해 나간다면 좋겠습니다. 감자 님 만의 속도와 방향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요.


 

미움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마음과 만나기

내가 미워하는 대상이 나에게 소중한 대상일 때 우리는 혼란스럽고, 죄책감을 느끼며, 고통을 겪습니다. 저는 이걸 죄가 없는 죄책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나 모든 감정엔 이유가 있습니다. 미움, 서운함, 질투 같은 감정은 누군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감정이 아니라, 그만큼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감정을 억압한다고 미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큰 분노나 자기 비난으로 전환되어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감정을 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내가 그런 마음이 드는 이유가 있구나’하고 자신을 이해해 주세요.

정서중심치료(EFT)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미움, 자기혐오, 죄책감 같은 감정은 이차 정서(secondary emotion)일 수 있고, 그 아래에 인정받지 못한 속상함, 외로움, 슬픔과 같은 더 근본적인 일차 정서(primary emotion)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회복의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보다 그 아래에 숨어 있는 진짜 마음을 천천히 만나는 작업을 중요시하지요. 감자 님의 깊은 마음속에는 어떤 일차 정서가 있을까요? 그 감정과 깊이 만나주세요. 나의 감정을 안전하게 인정받고 이해받는 경험은, 오랫동안 쌓여온 자기 비난과 무가치감을 회복하게 도와줄 것입니다.


 

비교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의 삶’ 발견하기

사람은 비교 기준이 가까울수록 더 쉽게 흔들립니다. 특히 형제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부모의 관심과 기대를 함께 경험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쟁의식이 생기기 쉽지요. 더욱이 반복해서 비교의 말들을 들어왔다면 형의 성취는 ‘나의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삶은 누가 더 앞서갔는지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방향과 속도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형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워지고, 비교 속에서 잃어버렸던 ‘나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감자 님은 이미 자신의 길을 차근히 준비하며 살아가고 있고, 자신만의 감각과 관심 또한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안타깝게도 예술의 길은 가지 못했지만, 분명 감자 님만의 개성과 삶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어요. 자기결정이론에서는 사람이 타인의 기대보다 자신의 흥미와 가치에 따라 살아갈 때 더 안정적인 자존감과 삶의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형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 “무엇을 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가?” 스스로 물으며 답을 찾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원가족 내 비교 속에서 오랫동안 상처 받은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과정, 그리고 나에게 집중해서 살아가고 싶어 사연을 보내주신 것 자체가 이미 회복의 시작점을 통과하신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누군가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속도와 방향 안에서 편안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교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을 감자 님만의 가치를 다시 찾아갈 때까지, 제 힘과 응원도 보태봅니다!

 

누군가의 성취 앞에서 내 마음이 작아질 때, 나는?

  •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비교당하는 기분이 든다.
  • 질투하거나 서운한 마음이 들면 나 자신을 나쁜 사람처럼 비난하게 된다.
  • 축하하는 마음이 들지만 동시에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 비교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헷갈린다.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우울하고 무력해요.

J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취업준비생

중요한 발표를 망친 뒤, 자괴감이 들어요.

진우 발표 공포증에 시달리는 회사원

연인과의 이별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요.

이별을 극복하고 싶은 스노우보더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에 자꾸 움츠러들어요.

버티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싶은 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