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심리코치 이서현입니다. 서늘한여름밤’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에 심리툰을 그리고 있어요. 심리코치는 질문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고,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동심을 찾는 법’의 답을 알려드리는 대신, 동심을 찾을 수 있는 5가지 질문을 건네 보려고 합니다. 각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대답을 생각해 보면서 내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Q1. 어릴 때 나는 무엇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나요?
저는 심리코치로서 완벽주의가 있는 고객을 많이 만나는 편입니다. 완벽주의가 있는 분들은 ‘자신의 성취가 곧 자신의 가치’라는 믿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지칠 때까지 일을 하거나, 혹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죄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잘 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뭘 해야 재미가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토로하시는 완벽주의자분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됩니다. 그럴 때 저는 어릴 때 무엇을 하고 놀았냐고 여쭤봅니다.
압박과 제약이 비교적 적은 어린 시절, 우리는 자연스럽게 노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하면 즐겁고 재미있는지 다양한 시도를 하며 알게 되는 것이지요. 삶의 재미를 잊어버렸다고 느끼신다면, 어릴 때 좋아했던 활동들을 다시 시작해보세요.유치해도 좋고, 못해도 괜찮고, 시간 낭비인 것처럼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어릴 때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던 이유는 그네를 잘 타서도 아니었고, 모래성을 멋지게 만드는 법을 배웠기 때문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저 그 시간이 재미있고, 그걸로 충분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니 다시 놀아보세요. 더 놀고 싶어서 어두워질 때까지 놀이터에 남아있던 아이는 여전히 여러분 마음 안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Q2. 아이 같은 마음이 불쑥 나오는 순간,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떤 어른인가요?
우리는 한편으로 동심을 찬양하면서도, 아이 같은 우리의 마음을 검열하기도 합니다. 이유 없이 투정 부리고 싶고,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아이 같은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 당신은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해주고 있나요? “난 네가 부끄러워! 제발 저리 꺼져!”라고 소리 지르고 있지는 않나요? (저는 예전에 그랬거든요.) 만약 그렇다면, 그 말을 들은 아이는 어떨까요? 아마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심을 되찾는 방법은 어쩌면 내 안의 아이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투정 부리고 싶은 아이를 다정하게 달래주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것. “이러면 안 돼!”라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네 마음이 그렇구나. 그래서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게 뭘까?”라고 물어보는 어른이 있어야 아이도 안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Q3.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동심을 되찾은 어른이 된다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 같나요? 크레파스로 아무 낙서나 할까요? 세상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을까요?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불쑥 “난 네가 참 좋아!”라고 말을 건넬까요? 상상만으로도 마음속에서 큭큭 웃음이 나온다면, 오늘 그 행동을 해보면 어떨까요?
Q4. 지금의 나를 보면 아이였던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어릴 때 그렸던 어른의 모습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비슷한가요? 아이였던 저에게 돌아가 “나는 네가 바라던 대로 동화 작가는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글과 그림으로도 돈을 번다!”고 말해준다면 지금의 저를 아주 멋지게 바라봐 줄 것 같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은 별거 없어도 괜히 대단한 존재일 때가 있으니까요.
아이의 눈으로 어른이 된 나를 바라봐주세요. 이제는 지하철도 혼자 타고, 편의점에서 계산도 척척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나요? 분명 또 다른 멋진 면들도 많겠지요. 그렇게 당연한 듯 어른이 된 나, 대견하지 않나요?
Q5. 어린 시절의 '나'에게 돌아간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저는 어린 시절을 좋았던 기억으로만 회상하는 사람들이 퍽 부럽습니다. 저는 두려운 밤들이 많은 어린이였기 때문입니다. 밤에 거칠게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술에 취한 아빠가 들어오고, 부모님이 고함을 지르며 싸우는 밤들이 저는 너무너무 무서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다시 어린 저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무섭지. 괜찮아. 내가 지켜줄게.” 그리고 그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밤새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여주고 싶습니다.
불안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라버립니다. 반대로 든든한 어른 곁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아이일 수 있지요. 우리는 어린 시절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행히 지금 내 마음속 아이에게 좋은 어른이 될 기회는 남아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요? 그 이야기를 지금의 자신에게 해준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나요?
여기까지 동심을 찾기 위한 다섯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천천히 생각해 보고 하루에 하나씩 노트에 적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당신이 일상에서 종종 천진난만해지기를, 유치해지기를, 괜히 떼도 부려 보기를, 엉뚱한 일을 신나게 해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아이처럼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서늘한여름밤
고려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광운대학교 코칭심리 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리다이브 코칭심리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책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를 썼다. 인스타그램 @seobam_bree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