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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불안을 지나 나만의 속도로

달리면서 비로소 오늘 하루가 충분하다는 걸 알았어요.

권화운 배우

더 유명해져야 한다는 강박, 작품이 없을 때의 공허함. 배우 권화운은 오랜 시간 불안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가 선택한 것은 집 앞을 달리는 일이었습니다. 달리는 동안은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었고, 숨이 차오를수록 불안도 조금씩 옅어졌습니다. 이제 그는 달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부딪히면 반드시 다음이 온다는 믿음. 불안을 지나 자신만의 속도를 찾은 권화운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항상 그래왔듯 ‘갓생’을 살려고 노력 중이에요(웃음). 직업이 한 7개는 되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드라마를 준비 중이고, 9월 출간을 목표로 책도 쓰고 있어요. 매주 유튜브 촬영도 하고, 외부 행사도 다니고요. 물론 마라토너로서의 삶도 빼놓을 수 없고요.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한 편이라 바쁜 일상이 저와 잘 맞아요.



러닝은 화운 님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어요. 어떤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지금 사는 동네가 한적한 마을 같은 곳이라 주변에 헬스장이 없어요. 그래서 자기 관리와 다이어트 차원으로 일단 밖을 뛰어보자며 시작했어요. 그러다 방송에서 기안84 형 같은 분들이 마라톤을 대중화시키는 모습이나 해외 마라톤 영상을 보게 됐는데요. 영상 속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자유로워 보였어요. 저는 항상 무언가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스스로를 통제하며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해외에서 현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응원을 주고받는 모습이 무척 즐거워 보였어요. 그러다 한국 3대 마라톤 중 하나를 신청해서 나가봤는데, 그때 느꼈던 시민들의 응원과 달리는 분들의 건강한 에너지가 저에게 큰 힐링이 되었어요. 그렇게 전 세계를 누비고 있네요.


러닝이 연기 생활이나 마음에도 변화를 가져다주었나요?

20대는 오롯이 연기에만 시간을 쏟으며 살았어요.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해왔고요. 하지만 제 욕심이 너무 컸어요. 더 유명해져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늘 불안했어요. 그런데 러닝을 하면서는 불안이 많이 사라지고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생각이 많아지면 그 생각 속에 계속 머물렀는데, 지금은 일단 뛰어요. 신기하게도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리고 나면 머릿속이 한결 맑아지더라고요. 정말 생각이 많을 때는 오히려 달리는 동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특히 아침에 음악을 듣지 않고 5km 정도 뛰면서 몸을 깨우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자연스럽게 계획하게 돼요. 몸과 마음이 이완된 상태로 촬영장에 가면 상대방의 반응도 더 잘 느끼고 연기 호흡도 잘 맞죠.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밤에 술을 마시던 습관도 자연스럽게 사라졌고요. 대신 새벽에 러닝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계획하는 아침의 행복을 알게 됐어요.



러닝을 시작한 이후 삶을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지금 화운 님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계신가요?

지금 저의 목표는 ‘오늘 하루를 100% 꽉 채워서 행복하자’예요. 예전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였지만,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더라고요. 지금은 책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것, 마라톤을 준비하는 것, 드라마 대본을 보는 것 등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무조건 잘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기대의 크기를 조금 내려놓으니까 오히려 일도 잘 풀리더라고요.


예전에는 작품이 없으면 집에 누워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에 빠져 지냈죠.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책도 쓰고, 유튜브도 찍고, 러닝도 하면서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우울에 머물 틈을 주지 않는 거죠. 38세라는 나이가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한계를 정해버리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느껴요.


배우라는 직업과 러닝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내가 움직인 만큼 기회가 온다’는 정직함이요. 러닝은 일주일만 쉬어도 실력이 줄고, 3일만 열심히 해도 금방 실력이 늘어나는 아주 정직한 스포츠예요. 재능도 있겠지만 노력한 만큼 기록이 나와요. 배우라는 직업은 러닝처럼 결과가 늘 정직하게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가만히 기회를 기다릴 수만은 없거든요. 저는 실제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1년 넘게 하기도 했어요. 누군가는 배우가 왜 그런 걸 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에서 내가 쓰임 있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러닝을 하면서는 ‘편법’이나 ‘핑계’라는 게 사라지고 내가 땀 흘린 만큼 얻는다는 정직함을 믿어요.



유튜브와 책 집필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러닝을 하면서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유튜브 영상에서는 저를 ‘도전의 아이콘’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하는데요(웃음). 한번은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고 삶을 끝내고 싶었는데, 영상을 보고 다시 나아갈 힘을 얻었다”는 댓글이 달렸어요. 그런 반응을 보며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죠. 사실 많은 분이 저를 원래부터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보지만, 저 역시 좌절의 시간과 우울로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20살에 서울로 올라와 맨땅에 헤딩하며 겪었던 이야기와 극복 과정이 책에 다 담겨있죠. 책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러닝을 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에요. 그 후 바로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고요. 많은 분이 저를 통해 일단 행동해보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방송에서 다른 출연자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시는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페이스메이커를 해본 적이 많지는 않지만, 할 때마다 정말 재밌고 뿌듯한 일이라는 걸 느껴요.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하다는 건 그분들이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옆에서 그들의 호흡과 상태를 살피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저 또한 얻는 에너지가 엄청나요. 그분들이 목표를 이루고 행복해하면 저도 똑같이 행복하고요. 올해 하반기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풀코스 대회에서 다른 분들의 ‘서브 3’ 달성을 돕는 페이스메이커로 뛰어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마라톤 출발선에서 종착지까지의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포기하지 않고 끝내 완주했을 때의 순간을 가장 좋아해요. 사실 마라톤을 하다가 두 번 정도 포기해 본 적이 있어요. 포기한 뒤 짐을 찾으러 터덜터덜 걸어 돌아가는 그 길은 정말 처절하고 제 자신이 하찮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경험을 통해 느리더라도 끝까지 완주하는 게 인생과 참 비슷하다는 걸 배웠어요. 중간에 그만두면 허탈함이 크지만,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아도 완주를 해내면 이겨냈다는 성취감이 남아요.



화운 님 인생 최고의 마라톤을 꼽아주신다면요?

제 첫 풀코스 도전이었던 ‘JTBC 마라톤’이요. 그때 공식 기록이 ‘2시간 59분 59초’였어요. 단 1초 차이로 꿈의 기록인 ‘서브3(Sub-3)’를 달성한 거죠. 그 1초 이후로 제 삶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예능에도 출연하게 되고, 광고 촬영도 하고, 책을 쓰게 되는 기회까지 이어졌죠.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1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었어요. 제가 그동안 쌓아온 10년의 배우 생활이 있었기에 ‘잘 뛰는 배우’로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버텨온 시간과 러닝을 위해 흘린 땀이 모두 모여 그 1초를 만들어낸 셈이죠.

 

그래서 저는 모든 경험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쌓아온 시간은 결국 어디선가 연결된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화운 님을 이 자리로 이끈 마음성장 아이템은 무엇이에요?

저의 역사를 만들어 준 ‘러닝화’를 꼽고 싶어요. 러닝화를 사기 전까지는 늘 ‘언젠가 한 번 뛰어봐야지’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러닝화를 사고 나니까 정말 뛰게 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어요. 삶을 바꾸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작은 행동이라는 걸요. 러닝화는 제게 일단 움직이는 용기를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어요. 돌이켜보면 그 한 켤레의 러닝화가 지금의 저를 여기까지 만들었다고 느껴요.

러닝을 하기 전의 화운 님처럼 지금 걱정과 불안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오늘 하루, 아주 작더라도 스스로 정한 도전을 딱 하나만 성공시켜 보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단, 집 앞 산책하고 오기, 방 청소하기, 이불 정리하기처럼 몸을 움직이는 걸로요. 단기적인 성취감을 맛보면 ‘내일도 할 수 있겠다’는 에너지가 채워지고 행복해져요. 그러다 서서히 호흡을 하며 오롯이 내 생각에만 집중하게 되면,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스스로 정리되는 순간이 올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당장 얻지 못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부딪힌다면 반드시 ‘다음’이 옵니다. 일단 몸을 움직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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