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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어떤 모습이든 전부 나니까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니까, 굳이 하나로 정할 필요는 없어요.

권유경 배우·유튜버

어릴 때부터 노래하고 영상을 만들며 자신을 표현해 온 권유경. 10년 가까이 유튜버 ‘이상한 나라의 꿩유갱’으로 활동해 온 그는 최근 영화 <월남보살>을 통해 배우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새로운 일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고민하기도 했죠. 여러 경험을 거치며 그는 꼭 하나의 모습으로 자신을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낯선 도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고 있는 권유경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놀랍게도 요즘 취업 준비를 하고 있어요(웃음). 매일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하고 있죠. 노래와 연기 모두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직장인으로서 배우고 경험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유튜브 활동의 연장선에서 콘텐츠 마케팅이나 브랜드 마케팅, PR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노래하고 영상을 만들며 꾸준히 자신을 표현해 왔어요. 유경 님에게 ‘나를 표현하는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칭찬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초등학생 때도 모르는 친구에게 다가가 제 노래를 들어보겠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말 잘 부른다고 칭찬해 주는 거예요. 그게 좋아서 유튜브에도 한번 올려볼까 생각했고요. 어린 마음에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맛있는 걸 먹으면 수명이 늘어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도 제 수명을 늘리는 일이에요. 이제는 구독자분들과 소통하는 게 삶의 큰 원동력이 됐고요. 매일 댓글을 확인하는데, 제 노래를 들으며 잠들거나 출근길에 브이로그를 보며 힐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행복해요.


사람들의 시선 앞에 서는 일을 하면서, ‘보이는 나’와 ‘진짜 나’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도 있나요?

어릴 때는 제가 남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부터 저를 유튜버로 알고 다가온 친구들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유튜버 권유경’처럼 행동하게 되더라고요. 괜히 욕을 하면 안 될 것 같고, 실수하면 인터넷에 올라올 것 같고요(웃음). 그렇게 제 모습을 의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못했고, 결국 가까워지기도 어려웠어요. 반면 친한 친구들은 제가 유튜브를 하는 줄 몰랐거나, 지금도 제 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까 그 친구들 앞에서는 편하게 행동할 수 있죠. 요즘은 보이는 나와 진짜 나를 굳이 분리하지 않으려고 해요. 둘을 나누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야’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훨씬 편해요.


최근 영화 <월남보살>을 통해 배우로도 첫발을 내디뎠어요. 처음에는 연기 제안을 받고 두려움이 컸다고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거든요. 배우라는 직업도 저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죠.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제가 연기하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두려워서 놓친 기회가 많더라고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인순이 선생님과 함께 노래할 기회가 있었는데, 시험 기간이라 공부해야 한다며 거절했어요. 성적을 챙겨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그 기회 자체가 무서웠던 마음이 가장 컸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니 기회가 와도 피하기만 하는 제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어요.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일인데, 저는 기회가 찾아와도 스스로 걷어차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뭐든 해보자. 일단 해봐서 무언가를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어요.


막상 연기를 시작해 보니 어땠나요?

제 한계를 시험하는 기분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연기 수업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2주에 한 번씩 워크숍에서 다양한 상황을 연기했어요. 총에 맞아 죽는 연기도 하고, 갑자기 감정을 끌어올려 눈물을 흘려야 하는 상황도 있었죠. 처음에는 너무 부끄럽고 힘들어서 수업이 끝나면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어요.

촬영을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땡볕에서 고생한 기억도 나고, 무엇보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힘을 쏟는지 알게 됐어요. 그동안 유튜브에서는 대부분 혼자 작업했는데, 여러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혼자 작업하는 걸 좋아했던 저에게 협업의 즐거움을 알려준 경험이었어요.


영화 속 수연은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에요. 수연에게서 유경 님의 모습도 발견하셨나요?

수연이의 모습이 제 사춘기 시절과 정말 닮아 있었어요. 어릴 때는 주변 친구나 유튜브 댓글에서 “너는 한국인이야, 베트남인이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컸죠. 왜 꼭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라 관련 댓글을 지우기도 했어요.

당시 사회에서 동남아시아 출신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도 저를 힘들게 했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린 마음에 엄마를 숨겼던 적도 있었고요. 지금 생각하면 엄마에게 정말 미안해요. 그래서 수연이가 느끼는 혼란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한국과 베트남이라는 두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은 둘 다 저라고 생각해요. 기분에 따라 오늘은 한국 사람으로, 내일은 베트남 사람으로 살아도 되는 거잖아요(웃음). 예전에는 어느 한쪽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국적보다 제가 어떤 성격과 가치관을 가졌는지가 더 중요해졌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로 나를 채워가고 싶어요. 카멜레온처럼 유연하게 살아가는 거죠.


영화를 촬영하며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고요. 그때와 비교했을 때 가장 성장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사람이 많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저 역시 다른 사람을 정해진 틀로 바라보는 편견이 많았더라고요. 저는 그런 시선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정작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 거죠. 그걸 깨닫고 나서는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거나 하나의 모습으로 규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어떤 틀에 갇히는 게 싫었던 만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대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겁이 조금 없어진 것도 큰 변화예요. 예전에는 새로운 일이 생기면 피하고 싶었는데, 여러 도전을 거치면서 무서워도 해볼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두려움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데에는 어떤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나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 <언더커버>에 출연했던 경험이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피하고 싶었어요. 평소 인터넷에서 보던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이니까요. ‘내가 여기에 껴도 되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못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많이 위축됐어요. 다른 출연자에게 항상 의기소침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죠. 그런데 팀 무대를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저처럼 긴장하고 불안해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니까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도 무대에 서는 거예요. 그 모습이 멋있었어요. 그때 큰마음을 먹고 도전한 경험이 이후의 저를 많이 바꿔놓은 것 같아요.


노래와 유튜브, 연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해 왔어요.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요?

저는 새로운 기회에 항상 열려 있어요. 지금도 다른 연기 기회를 준비하고 있고요. 노래도 여전히 좋아하고, 직장인으로서 새로운 일을 배우고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유튜브는 정말 오래 하고 싶어요. 얼마큼이냐면 제가 할머니가 돼서 유튜브로 지팡이를 리뷰하는 모습까지 상상해 봤어요(웃음).

구독자분들도 저와 함께 나이를 먹고 있잖아요. 어릴 때부터 영상을 봐왔다는 분들이 성인이 되어 다시 찾아오기도 해요. 누군가는 저를 ‘추억의 유튜버’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하고 감사해요. 앞으로도 구독자분들이 문득 제 생각이 날 때 찾아와서 ‘그 유튜버는 요즘 어떻게 살고 있지?’ 하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채널이었으면 좋겠어요.


유경 님을 성장하게 만든 마음성장 아이템은 무엇이에요?

유튜브 실버버튼이에요. 제 채널을 상징하는 물건이죠. 유튜브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무대에 서거나 연기하고, 방송에 출연하는 일도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노래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많은 기회로 이어진 거죠. 유튜브는 제 삶에서 정말 소중하고, 제 목숨과도 같은 존재예요. 그래서 그 시간을 상징하는 실버버튼을 가져왔어요.


유경 님과 비슷한 배경에서 자라거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조금은 거만해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왜 꼭 어디에 속해야 하지?’, ‘왜 남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나를 설명해야 하지?’ 하고 생각해 보는 거예요. 내가 어딘가에 속해야 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자신의 배경이나 정체성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보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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