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안태희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마음돌봄 #휴식 #루틴
잘하고 싶어 욕심을 내면 낼수록 마음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집니다. 빈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겠지요.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와 발전에 대한 부담감으로 가득해 버거웠던 안태희 님은 잘하려는 욕심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창작 활동이기에 막막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매일 작은 약속을 하나씩 지켜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건강하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내 뜻대로 계획하고
그대로 이뤄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특히 결과물에 만족할 때
성취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음악을 들을 때 영감이 마구 떠올라요
오아시스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오아 OA’라는 활동명을 쓰고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앨범 발매를 해왔었는데, 지금은 보컬 교육을 하면서 싱어송라이터로서 음악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고요. 앨범 콘셉트를 잡고 SNS를 통해 촬영 팀을 섭외하는 일부터 편곡이나 마스터 믹싱 같은 프로듀싱까지 앨범 제작 과정 전반을 저 혼자 다 한다고 보시면 돼요. 요즘은 회사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거든요. MBTI가 INTJ라서 그런가, 내 뜻대로 계획하고 그대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거든요. 특히 결과물에 만족할 때 성취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남이 입혀주는 옷보다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해졌어요.”
나만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혼자 일하면 나만의 세계를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좋아요. 물론 결과물이 좋은 건지 아닌지 혼자 판단해야 하다 보니 한계는 있죠. 스무 살 때, 실용음악 입시를 거쳐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가게 되면서 연습생 생활을 6개월 정도 했었어요. 그때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회사의 결정과 의도에 맞춰 콘셉트를 정하고 앨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건 나랑 안 맞는다. 나는 나만의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남이 입혀주는 옷보다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던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힘을 얻어요
기획사를 나오고부터 정말 다양한 일들을 했어요.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바텐더, 쇼핑몰 매니저도 했었고 대학병원에서 일도 해봤어요. 음악을 계속하려면 아무래도 돈이 필요했고 그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한 것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저는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 두려움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낯선 환경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우고, 힘도 많이 얻는 편이거든요. 그동안 경험해왔던 일들이 지금 저의 음악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요. 직장인으로서 첫 회식 자리에 참석했을 때, 어린 나이에 혼자 앨범을 만들고 회사까지 다니는 모습이 참 예쁘다고 말씀해 주시고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감동해서 울었던 기억도 나네요. 이런 게 소속감인가 싶고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다른 일들을 모두 멈췄어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어요
직장인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음원 제작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자아가 혼란스러운 거예요. 회사에서 업무에 집중하다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다시 음악에 집중해야 하는 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마음가짐을 바꾸는 과정도 어렵고 밑도 끝도 없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죠. 문만 열면 작업실인데, 그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의자에 앉기까지가 너무 어렵고 무서운 거예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왔는데 지금 나는 뭘 하는 사람이지? 앞으로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함께 걱정도 밀려왔어요. 올해 스물여섯 살이 되면서 이제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더라고요. 내가 선택한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다른 일들을 모두 멈췄어요.
나에게 맞는 회복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저는 모든 걸 다 잘하고 싶고 계획대로 하고 싶어 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자신에게 거는 기대도 컸고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 모습에 대한 욕심도 컸던 것 같아요. 늘 최선을 다하고 항상 고민하는데도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일이 아니다 보니 마음을 잡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마냥 우울해졌어요. 그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고 일탈하는 삶을 살았고요. 그런데 마음이 편해지지도 않고, 나한테 맞는 해소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 감사했던 일을 쓰다 보면
축 처져 있던 마음이 신기하게도
다시 회복되어 있어요.”
어떻게 해야 진짜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계획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힘들 때, 조용히 독서하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취미 생활에 빠져보기도 하면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기 전에 사찰 영상이나 스님들의 말씀을 틀어놓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도 가지고요. 대부분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도 자주 해요. 한 2년 정도는 오토바이 타는 걸 즐겨 했고, 그림도 그렸어요. 낚시에도 재미를 붙였고요. 최근에 장기하 님의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을 읽고 있는데, 혼자 달리기를 하면서 동시에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저도 한번 따라 해 볼까 해요.
속에 있는 걸 꺼내서 표현하면 정리가 되더라고요
마음속에 쌓여 있는 복잡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요즘 실천하고 있는 두 가지 루틴이 있는데 하나는 가까운 사람이랑 대화하는 것, 두 번째는 일기를 쓰는 거예요. 특히 ‘속마음 일기’와 ‘감사 일기’를 나눠 쓰면서 계속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있어요. 힘들고 우울했던 일,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무기력함을 느꼈던 순간 등 속마음에 대한 일기를 먼저 쓰고, 다음 장을 넘겨서 오늘 감사했던 일을 쓰다 보면 축 처져 있던 마음이 신기하게도 다시 회복되어 있어요. 하루를 잘 마무리하는 기분도 들고요. 쉽게 잊힐 지금의 감정을 기억할 수 있게 기록하는 과정 자체도 값지다 생각해요.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편할 때는
나에 대해서 오롯이 생각하려고 해요.”
마음이 흔들릴 때는 오롯이 내 기분에 집중해요
어떤 곡을 써야 사람들이 들어줄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아무것도 못 할 것 같고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모르게 막막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하루하루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만 들고요. 그렇지만 저는 책임감이 강한 편이거든요. ‘지금 드는 생각은 잠깐일 거야’라고 되뇌면서 그 순간을 넘기는 것 같아요. 마음이 흔들리거나 불편할 때는 나에 대해서 오롯이 생각하려고 해요. 일이나 인간관계에서 또 내 생활 속에서도 흔들리는 상황들이 많잖아요. 그럴 때 주변 사람들까지 생각하게 되면 정작 자신을 놓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이 들 때는 그냥 누워서 지금 나는 어떤 기분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오늘 나는 괜찮은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아직도 완전히 슬럼프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소소한 목표들을 세우고 하나씩 이뤄가면서 낮아진 자존감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어요. 일단 몸을 많이 움직이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정리하면서 감정을 떨쳐내려고 노력해요. 저는 빨래나 화장대 청소 같은 집안일을 하면서도 회복이 되거든요. 물론 원인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당장 눈앞에 할 게 있으니까 다른 생각이 잘 안 나더라고요.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맨 처음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했는지 떠올리면서요.”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가려고 해요
음악만큼은 구체적인 계획을 잡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아무리 계획을 잘 짠다 해도 그 계획대로 창작이 되는 게 아니거든요. 그동안 갖고 살았던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려고요. 맨 처음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시작했는지, 얼마나 음악을 사랑했었는지 떠올리면서요. 잘 되기 위해 쫓기며 사는 사람이 아니라 내 음악을 하면서 또 내 음악을 들으면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동안 항상 목표가 있었던 것 같아요. 1년에 적어도 곡 4개를 내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요. 그런데 어느새 뭔가에 쫓기듯이 곡 작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지금은 목표에 얽매이지 않고 과정을 즐기면서 흘러가는 대로 그 순간에 내고 싶은 곡을 내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위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생각이 많고 복잡한 사람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서 계속 휘몰아치는 감정을 곡으로 표현했을 때 그것이 또 저만의 색깔이 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고요. 작년에 냈던 앨범의 제목이 ‘HATE ME’인 것처럼 자기혐오도 있었어요. 이제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남들에게도 그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요.
많지는 않지만 제 음악을 정말 좋아해 주시는 몇몇 팬분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써서 보내주시기도 해요. 제 음악을 통해 위로받고 있다는 응원과 진심을 가득 담은 편지나 연락을 받을 때 정말 큰 힘을 얻어요. 사실 그동안 제가 쓴 곡을 들으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대중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 좋은 곡을 써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깊숙한 곳에 숨겨 두었던 불편한 생각을 꺼내 마주하고, 내 마음과 가까워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바쁜 하루에 떠밀려 마음을 돌아볼 짬을 내기 어려웠던 나를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위해서 말이에요. 스스로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야 작은 부스럼이 더 큰 상처로 깊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나를 돌보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면
“쉬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은 열정이 아니라 자해다.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않으려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가야 한다.”